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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생님 생각대로 진행하시면 무리없는 귀농이 될듯합니다
글쓴이 농부이반 작성일 2017-05-17 08: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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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충남 홍성에 사는 선배 농부입니다. 시골살이를 시작한 지가 올해로 스무해네요. 지금은 농사와 체험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코너를 통해 여러 후배님들과 종종 소통할 것 같습니다. 먼저 오늘 선생님과 인연이 닿았네요. 반갑습니다.

질문을 출력해서 찬찬히 읽어봤습니다. 모니터 본문은 단락간 구분이 안되어서요.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시골살이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우선 순위, 초점 등이 지금 생각하시는 대로 진행하셔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글 말미에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에 대한 지적(생각)’을 요구하셨는데 그런 부분도 딱히 찾기 어려웠습니다.

농촌살이 20년을 맞는 저희 부부도 초창기와는 달리 지금은 이른바 고부가치의 기술농업을 추구하거나 농사를 전업으로 해야 할 특별한 사유가 아니라면, 그간의 전례나 농촌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부업이나 겸업농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 아닌가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제가 사는 홍동면과 인접한 장곡면을 보더라도 유기 전업농에서 출발해서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겸업 & 부업농이 늘어나는 추세이니까요.

귀농귀촌인들은 지역민과 출발선이 다르고 농지의 보유나 임대차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지게될 뿐더러 몸과 맘도 고된 노동을 지역민처럼 견딜만한 상태도 아니라고 봅니다. 그야말로 농사가 DNA 안에 내재된 시골 어르신들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지요.

그러니 선생님이 계획하시는 대로 한걸음 한걸음 내딛어 현재하고 계신 일과 영농을 병행해 가신다면 무리없는 시골살이가 될 듯 합니다. 아울러 귀농을 준비하며 무엇보다도 아이들 교육에 방점을 찍으신 만큼 과거 제가 썼던 관련 글 한 편을 올려드리겠습니다. 부디 머지않은 미래에 선생님 가족의 귀착지에 킬링 아이템이 있는 농가 맛집의 탄생을 기대해봅니다. 요즘은 각 지자체 농촌체험분야에 <농가맛집>에 관한 지원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저희 홍성지역에도 홍북면에서 <산수가족>이라고 농촌체험과 영농, 가공, 농가 맛집 등 6차 산업을 운영하는 귀농인이 계십니다. 만일 만남을 원하시면 주선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제 연락처는 본부 연상준 사무처장님께 문의하시면 알려주실 겁니다. 아니면 25farm@hanmail.net로 연락주셔도 됩니다.



* 아이들 교육에 관한 저의 생각(2001년)  


 

 

굳은 각오보다는

부드러운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희는 14년전 충남 홍성으로 귀농한 선배 부부입니다. 귀농을 준비하는 후배님들의 복잡한 심경이 과거 저희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공감이 가네요. 저희가 농촌으로 올 때는 아이들이 다섯 살, 세 살이어서 순순히 부모를 따라왔습니다만 귀댁의 경우에는 자녀들의 자기 생각이 한창 자랄 때여서 쉽지만은 않겠네요. 저희 역시 시골살이를 결정한 큰 이유중의 하나가 아이들 교육때문이었습니다. 귀착지(歸着地) 선택의 전제도 ‘아이들 또래가 있는 곳으로 간다’였지요. 그래서 제가 배낭을 둘러메고 전국 각지를 살핀 끝에 지금 사는 홍성으로 결정했습니다.

다행이 이곳 홍성에는 지역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풀무학교와 갓골 어린이집 등 더불어 사는 평민을 기르고자 하는 풀무 정신을 이어받은 곳들이 있어 아이들의 교육 부담을 덜 수 있었습니다. 풀무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자유롭고 생태적인 삶, 관행을 깨고 대안을 생각하는 지역민과 귀농인이 어울려 교육문제를 고민하였지요. 그 결과 아이들의 성장 단계에 따라 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버이들의 모임인 ‘아사모’ 등을 꾸려 함께 토론하며 생각을 나누니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언가 더 가르쳐 주려고 애썼습니다. 이를테면 창의력 향상을 위해 몇가지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진행해봤지만 곧 쓸모없는 일이란 걸 알아차렸지요. 아이들은 놀 공간만 마련해주면 자기들이 알아서 신나게 뛰어노니 부모들은 멀찍이서 지켜보게 되더군요. 나중에는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만남을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도시의 교육이 아이들이 비교 우위에 서도록 끝없이 채찍질 하는 것이라면 저희 부부는 아직까지 홍성에서 만난 귀농 동료 누구도 이른바 아이들을 사회에서 부르짖듯 ‘경쟁력있는 인간’으로 만들고자 수고하는 이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스스로 잘 크는 것 같습니다. 학원을 다니거나 고액 과외를 받지 않아도 방과후 교실이나 지역센터에서 주관하는 학습을 기초로 알아서 공부하여 이른바 명문대라고 불리는 곳에도 척척 들어갑니다.

작년과 올해만 해도 귀농인 자녀 넷이 모두 지망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학원 수강료와 과외비로 매달 적지않은 돈을 써야하는 도시의 학부모들이 부러워할만 일이지요. 예전에는 부모가 자녀를 농사꾼으로 만들기 싫어서 대학에 보냈지만 제가 아는 홍동의 아이들은 자기 진로를 스스로 결정합니다. 제게도 대입 수험생인 딸이 있지만 아직까지 공부하라 다그치거나 입시 설명회 한 번 가본 적이 없습니다. 거리가 멀기도 하고 제 교육의 큰 틀이 비틀즈의 노래처럼 렛잇비(Let it be)이기 때문입니다. 큰 아이도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엄마 아빠가 간섭을 하지 않아 자유로워서 좋다합니다.

이 아이는 중학교 삼학년이 되자 스스로 '홍성말고 더 큰 곳에서 도시 아이들과 경쟁하고 싶다'며 천안행을 선택했습니다. 여자라서 조심스러웠지만 성품을 아는 터라 두 말없이 허락했지요. 지난 2년간 힘든 자취생활을 한 후 기숙사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잘 해내고 있습니다. 자취와 기숙사 생활을 통해 요즘 아이들에게 부족한 독립심을 키운 까닭인지 또래보다 한결 성숙해진듯 합니다. 둘째 아이 역시 스스로 진로를 선택하여 올 해 대안학교인 풀무에 입학하였습니다. 내심 그리하길 원했으나 갈 마음이 없어 기대하지 않았는데 마지막에 풀무를 선택하여 저희 부부에게 놀라움과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두 아이 모두 우리 부부가 바라는 모습 그대로여서 얼마나 흐믓한지 모릅니다.

시골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게 도시에 비해 여러 좋은 점들이 많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친구들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보통 유치원 친구가 중학교까지 쭉 이어지지요. 장점도 있지만 서로간에 그룹이 나뉘어지고 한 번 관계가 어긋나면 그만큼 상처도 오래 가는 편입니다. 극단적인 사례겠지만 서로를 잘 알다보니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 장면이 교실에서 그대로 재현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부모는 늘 학교에 안테나를 세우고 아이들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홍성에서는 귀농인들이 도서도우미, 급식 모니터링, 방과후 지도, 학부모회 임원 및 운영위원으로 학교활동에 뛰어들어 아이들의 공간을 직접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나아가 경북 어느 지역에서는 귀농인들이 학교를 접수했다고 할 정도로 지역 학교에 애정을 가지고 주도해간다 합니다.

귀농전 낯선 곳에서 많은 것들이 걱정되시겠지만 시골도 사람사는 곳이고 만사는 사람이 할 나름입니다. 지역민이든 귀농 선후배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연대라는 좋은 방법이 있기에, 부부 자신이 원하고 또 지역에서 바라는 학부모의 역할에 충실하며 자연이 주는 혜택을 아이들과 하나하나 짚어간다면 뿌리내림에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다만 귀촌이 아닌 귀농의 경우에는 자칫 일에 치여 아이들이 시야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신경써야겠지요. 저도 많이 부족한 부분이라 이 말씀을 드리기가 쉽지 않네요.

귀농후 옛사람들이 자녀교육을 농사에 비유하는 까닭을 해마다 절감하고 있습니다. 작물을 키우는 것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여건만 만들어주면 한여름 뙤약볕에서도 논속의 벼가 그렇듯이 쑥쑥 커갈테니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농부가 할 일은 모내기 뒤에 물과 잡초관리 등 필요한 때에 적절하게 논을 관리하는 겁니다. 농부의 걱정과 우려가 벼를 1mm도 더 키우지 못하지요. 시중에서 좋다는 영양제 이것저것 써봐도 영 신통치 못합니다. 대개는 그냥 놔두는 게 더 좋습니다. 농사에 꼭 필요한 퇴비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귀농 첫해에는 멋모르고 비싼 발효제를 사다가 섞어봤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자연속에 다 있더라구요. 퇴비 재료만 준비하면 그 안에서 다 생겨납니다. 퇴비도, 작물을 키우는 것도 8할 이상은 농부가 아니라 자연의 몫인 것 같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두 분께 시골에 내려가면 아이들에게 ‘무얼 해줘야겠다’ 라는 굳은 각오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라는 부드러운 마음가짐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저희들이 무슨 프로그램을 아이들에게 내어밀 때보다 조금 떨어져서 지켜볼 때, 혹은 부모들끼리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들이 더 신나게 잘 노는 것 같았으니까요. 그리고 기왕에 마음을 정했다면 조금 앞당기는 게 좋다고 봅니다. 아이들은 못자리속 여린 모와 같아서 한 번 뿌리를 내리면 옮겨심은 뒤에 진통이 심하거든요. 여건이 된다면 큰 아이가 중학교 가기 전에 귀농하시는 게 좋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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